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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태종실록

이거이 반역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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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4년 10월 18일 반역죄로 탄핵된 이거이·이저를 고향인 진주로 내려 보내다

 

태종이 몰래 신하들을 불렀다.

 

"신사년에 조영무(趙英茂)가 나에게 고하기를, ‘신(臣)이 이거이의 집에 가니, 이거이가 신에게 이르기를, 「우리들의 부귀한 것이 이미 지극하나, 종시(終始) 보존하기는 옛부터 어려우니, 마땅히 일찍이 도모해야 한다. 상왕(上王)은 사건을 만들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금상(今上)은 아들이 많지만, 어찌 다 우리들을 연휼(憐恤)하겠는가? 마땅히 이를 베어 없애고 상왕을 섬기는 것이 가하다.」하였습니다.’하였다. 내가 이를 듣고, 조영무에게 경계하여 누설하지 말도록 한 지 이제 이미 4년이다. 이거이도 이미 늙었고, 조영무도 또한 곧 늙을 것이다. 만약 한 사람이라도 유고(有故)하면, 이 말은 변별(辨別)하기가 어렵다."

 

4년 전이면 태종이 왕위를 물려받던 시기이다. 반역의 기미를 보이는 이거이를 없애기 위해 힘을 길렀다는 소리다. 태종은 철두철미하게 이거이를 잡기 위한 준비를 한다. 신하들이 예궐 한 상황에서 이거이를 몰래 불러내 조영무와 대질하게 한 것이다. 이 당시 이거이는 두 아들을 각각 태조의 첫째 딸, 태종의 첫째 딸에게 장가를 보낸 상황, 즉 부마였던 아들을 두고 있었다.

 

박석명 : 조영무와 얘기한 게 사실임?

 

이거이 : 두 아들이 부마에, 나도 정승인데 설마 그런 말을 했겠어?

 

조영무 : ‘태조의 어린아이들이 임금이 된다면 반드시 우리를 제거할 것이니 불편할 거다’라고 말했잖아.

 

이거이 : 왜 나를 해치려고 함?

 

조영무 : 손익을 보고 한 게 아니야, 다만 군신으로써 지켜야 할 건 지켜야지.

 

하윤 : 알겠음. 주상께 알려야지.

 

 

태종은 이거이를 고향에 돌아가도록 했다. 신하들은 엄격하게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했다.

 

 

태종 : 이거이 부자는 공신이잖아, 죄를 줄 수는 없어.

 

유양 : 이거이 부자는 이미 반역할 마음을 먹은 겁니다. 공신이라도 법을 어길 수는 없어요.

 

태종 : 이거이를 유배 보내면 이저도 따라갈 거야. 내가 벌 안 줄 건데 뭐.

 

유양 : 춘추에서는 대악죄입니다. 이거이가 고향으로 돌아가면 도리어 그를 영광스럽게 하는 거예요.

 

 

답답했던 유양은 박석명에게 호소한다.

 

 

유양 : 님이 직접 주상께 말해봐요.

 

박석명 : 주상이 다시 들어오지 말라고 문을 닫아버렸어.

 

하윤 : 이거이 부자를 한꺼번에 함께 유배시켜야겠는데.

 

태종 : 같이 유배시키면 우릴 죽이겠구나 하고 생각하니까 나중에 하자.

 

박석명 : 유양, 주상이 피로하니 다음날 얘기합시다.

 

 

끝까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했던 유양은 새벽임에도 크게 소리 내었다.

 

"만정(滿庭)한 공신이 난적(亂賊)을 토죄(討罪)하기를 청하지 아니하고, 다만 함께 유배시키기를 청하니, 신자(臣子)의 도리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유양 등이 무릇 일곱 차례나 반복하였으나, 청할 수가 없어서 물러났다. 다음날 유양은 줄곧 이거이 부자의 목을 베야한다고 했지만 태종 또한 생각이 바뀌지 않았다.

 

 

태종 : 공이 크기 때문에 너네들이 뭐라 해도 안 돼.

 

태종 : 법대로 하자는데, 그럼 죽여? 공신이잖아.

 

태종 : 공신에다가 이저는 내 사위야. 너네들을 이해는 하지만 안 돼.

 

 

이틀 뒤, 태조는 급하게 태종을 부른다.

 

 

태조 : 사생 지간에 돕는 자는 곧 친척이야. 지금 살아있는 친척이 몇이나 되냐? 니가 그들을 살려주면 천재지변이 줄어들 거야.

 

 

태조도 역시 이거이에 대한 좋은 감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 대간과 형조에서는 이거이와 동료였던 남재를 탄핵하고 그의 집을 감시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태종 : 왜 남재를 감시하냐?

 

이치 : 이거이가 어두운 밤에 남재와 상종하여 자신의 직위를 주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태종 : 어두운 밤이면 며칟날 몇 시에? 그 얘기는 누가 알고 말한 거야?

 

유양 : 날짜는 모르고 이저가 스스로 말했는데요.

 

태종 : 이걸 제일 먼저 말한 자가 누구냐? 말 안 하면 감옥에 넣어버린다.

 

유양 : 접니다.

 

태종 : 애매한 일로 탄핵당하면 제일 억울해. 너도 그런 적 있잖아?

 

유양 : 남재가 탄핵당해 상소를 못하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태종 : 어제 늦게 환궁하면서 우연히 들었어. 애매한 일로 대신을 탄핵하지 말고 집에 가.

 

유양 : 제가 먼저 얘기를 꺼냈으니 옥에 들어가야죠.

 

태종 : 삼성의 장무를 이미 넣었다. 너도 진짜 들어갈 거야?

 

유양 : 제가 잘못했는데 왜 저를 하옥 안 시키십니까?

 

태종 : 너도 공신이니까 그렇지. 다시는 말하지 마라.

 

유양과 관련된 신하들이 계속 옥에 들어가겠다고 했으나 태종은 돌려보냈다. 태종은 공신들에게 이거이를 이해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삼성의 장무를 국문하는 것으로 태종과 신하들의 기싸움은 지속되었고, 하옥된 신하들은 끝까지 이거

이의 죄를 묻기를 청했다. 결국 남재는 복귀했고 남재를 탄핵한 신하들은 귀양을 갔다. 유양은 벌을 받지 않았으나 스스로 귀양을 갔다.

 

결국 태종은 이거이 부자를 서인으로 강등하고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반역죄였기 때문에 이거이의 친척들 또한 피해를 받았다. 이저가 태종의 딸과 결혼했었기 때문에 신하들은 이혼해야 한다고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공신을 다루는 게 참 어렵다. 태종에게 이거이는 사위이자 믿음직한 신하였다. 그러나 권력 또한 가지고 있었던 신하였다. 언젠가는 자신에게 피해를 줄 인물이라는 것도 알았으리라. 그래서인지 반역죄라고 할 만한 언행을 알고서도 4년을 버텼다. 내실을 가다듬은 뒤 한 번에 뒤를 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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