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3년 3월 3일 사간원에서 경연에 힘쓸 것과 태자의 교육 및 학문 진흥 등에 관해 건의하다
사간원에서는 임금이 틈을 보이면 그 즉시 상소문이 올라갔다. 이번엔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자.
1. 경연한다고 해놓고 왜 계속 안 합니까!
2. 원자를 학궁에 입학시키고 좋은 선생님을 붙이세요!
3. 권근에게 모든 걸 맡기려 하지 말고 신규로 선생들을 뽑아 국학교육에 힘쓰세요!
태종은 ‘다 맞는 말이지만 매일 경연 참석은 좀 그래…’라고 했으나 안 통했다. 신하들은 태종을 설득시키기 위해 계속 권고한다.
전하께서 나이 40이 못되시었으니, 정히 도(道)가 밝아지고 덕(德)이 설 때인데, 나이가 이미 때가 지났다고 말씀을 하시니, 전하께서 장차 소성(小成)에 만족하시어 진발(振拔)해 대성(大成)하지 못할 것입니다.
나이 탓하지 말라는 소리다. 그런데 단 한 가지, 사관 문준용이 들었다는 말이 태종의 심기에 거슬렸다.
‘날마다 경연에 임하면 병이 생길까 두렵다. 내가 학문하는 것은 사람들이 다 아는 바이다. 또 내 나이 이미 때가 지났으니, 경연에 임하는 것은 다시 아뢰어 청하지 말라.’
태종은 ‘내가 이런 말을 안 했는데 왜 적었냐? 필시 사관이 했겠지? 이제 사관은 출근하지 마라!’ 고 한다.
태종은 이전에도 신하들의 말 한 두 마디에 화가 나서 신하들을 쥐 잡듯이 한 전력이 있다.
이쯤 해서 태종의 스타일을 알아보자.
1.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 화를 낸다.
2. 신하들이 말리지만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3. 신하 한 명이 총대 매고 한 번 만 봐달라고 한다.
4. 내가 그럴 줄 알았다며 없었던 일로 한다.
항상 결말은 태종이 관대하게 신하들의 실수를 감싸주는 역할이었다. ‘이 나이에도 공부하는 걸 사람들이 다 안다’는 말은 자기 자랑, 즉 자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태종은 자신이 말하지 않았다고 극구부인을 하는데, 쑥스러운 감정이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사헌부에서 사관에게 사정을 듣고 태종에게 사실을 말한다. 태종은 ‘내가 그럴 줄 알았지, 이제 좀 마음이 풀리네. 사관들 다시 출근하라 그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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