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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태종실록

저화말고 다른 거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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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1419일 대사헌 유관 등이 포폐(布幣)의 통용을 건의했으나 허락하지 않다

 

원컨대 포(布)로 초법(鈔法)을 모방하여 화폐를 만들되, 정오승포(正五升布)를 써서 담청색(淡靑色)으로 물을 들이고, 길이는 3척(尺), 너비는 폭(幅)대로 하고 위와 아래를 시치[縫]고, 네 가[邊]에 그림을 그리고, 본서(本署)와 토지(土地)·재곡(財穀)을 맡은 사(司)의 인(印)을 찍어서 그 안[內]을 채우고, 그 글에는 ‘조선포화(朝鮮布貨)’라 하여, 나라 안에서만 행하게 하고...

 

46일에 저화를 발행하기 위한 사섬서가 신설되었다. 종이화폐는 현재 매우 당연하듯 쓰이지만 조선시대에는 그렇지 않았다. 건의의 내용은 저화 대신 포화를 사용하자는 것이었다. 조선포화를 따로 만들어 예전부터 포를 써오던 관습을 잇자는 것이었다. 종이는 쉽게 해지지만 포는 오래 보존된다고 했고, 무엇보다 명나라의 명령이 없어 정당성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화의 도량을 꽤나 자세하게 설명하는 데 길이에 따라 획을 그려 판단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보수적인 주장이다. 1021일에는 아예 사섬서를 혁파할 것을 청하는 상소가 올라온다. 태종은 신하들을 달래며 이렇게 말한다.

 

"경들의 말이 옳다. 비록 그러하나, 오래 지속하면 저화의 법이 행하여질 것이다. 만일 저화의 법을 행하여 백성들에게 폐해가 있다면, 내가 말을 기다리지 않고 고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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