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금지를 범하다

태종 1년 9월 21일 대사헌 이원이 밤에 법을 어기고 통행한 죄로 파직 당하다

 

조선시대에도 통행금지가 있었다. 특히 밤 초경부터 5경까지 종을 울려 통금시간을 표시했다.

지금으로 치면 저녁 7시부터 새벽 5시까지라고 할 수 있다. 통행금지를 어기면 당연히 벌을 받는데 이번 사건은 대사헌이 파직당하기까지 한 사건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9월 16일 대사헌 이원이 통행금지시간에 윤종에게 걸렸는데, 이원의 노비만 잡아다가 금방 놓아주었다. 이후 이원은 윤종을 탄핵하고, 출근하지 않았다.

 

이원의 주장은 이러했다. 저녁 8시 쯤(초경 3점 전이라고 했으니 정확히는 8시 15분) 귀가하는데 윤종이 통행금지를 어겼다고 내 노비를 잡아갔다. 그런데 나는 8시 이전에 갔으니,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결과가 나와야 출근하겠다. 난 억울하다.

 

이튿날 사간원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이원이 통행금지를 어긴 건 맞는데, 윤종은 법을 어긴 자가 있으면 당연히 검문을 해야지, 왜 노비만 잡고 그걸 또 바로 놓아줘? 둘 다 잘못했네?

 

결국 두 신하 모두 파직당했다.. 이원은 뻔뻔했고 윤종은 눈감아주었다. 대사헌이라는 직책 때문일까, 윤종은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한 번 만 봐달라고 했겠지, 그래서 겨우 노비를 형식적으로 잡았던 것이다. 역시 대사헌인 탓에 사간원도 이원 혼자만을 탄핵할 수 없었다. 공멸로 끝이 난 통행금지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