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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정종실록

조박과 이거이의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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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 2년 8월 1일 평양백 조준을 순군옥에 가두었다가 석방. 무고한 조박과 권진을 귀양보내다  

계림 부윤(雞林府尹) 이거이(李居易)가 내게 얘기하기를, ‘내가 조준의 말을 믿은 것을 후회한다.’ 하였다. ‘무슨 까닭이냐.’ 물으니, 이거이가 말하기를, ‘조준이 사병(私兵)을 혁파할 때를 당하여, 나와 말하기를, 「왕실을 호위하는 데는 군사가 강한 것 같은 것이 없다.」 하였다. 내가 그 말을 믿고서 패기(牌記)를 곧 삼군부(三軍府)에 바치지 않았다가 죄를 얻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조박과 이거이는 악연인 것 같다. 정종은 조박과 이거이, 권진을 순군옥에 가두어 물었다. 과연 이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었을까? 그리고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조박을 순군옥에 가두고 물으니, 조박의 말이 대성(臺省)의 소장의 뜻과 같지 않았다. 또 권진(權軫)을 가두고 물으니, 권진의 말도 또한 소장의 뜻과는 달랐다. 이거이를 순군옥에 가두고 조박과 빙문(憑問)하니, 이거이가 말하기를,
"나는 조준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듣지 못하였다."
하니, 조박이 맞대고 질문하기를,
"그대가 계림(雞林) 동헌(東軒)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하니, 이거이가 말하기를,
"말한 일이 없다. 그대가 나에게 술 두세 잔을 먹였지만, 내 마음은 달랐고 취하지 않았었다. 그대가 기묘년에 이천(利川)으로 폄출(貶出)되었다가 경상도 감사로 나간 것은 우리 부자 때문이었다. 내가 조준과 정사(定社)의 맹세를 바꾸지 않았으니, 조준이 비록 그런 말을 하였더라도 내가 어찌 그대와 얘기하겠는가!"
하였다. 조박이 말하기를,
"내 자식 조신언(趙愼言)이 회안공(懷安公)의 딸에게 장가들 때에, 조준이 안마(鞍馬)를 주었고, 내가 감사(監司)로 나갈 때에 금대(金帶)를 주었었다. 그러나 그 마음은 내게 향하여 불평이 있었다."
하니, 이거이가 큰 소리로 말하기를,
"조박의 말은 모두 사사 감정이다. 원하건대, 제공(諸公)들은 들어보시오."
하였다. 조박이 크게 부끄러워하는 빛이 있었다. 조준과 이거이를 석방하여 각각 그 집으로 돌려보내고, 조박은 이천(利川)에 폄출(貶出)하고, 권진은 축산도(丑山島)에 귀양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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