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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태조실록

스님, 힘 좀 쓰셔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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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실록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궁궐 축조 관련한 기록이다.

아무래도 왕조를 개창하였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수도를 옮기면서 대량의 축조가 필요했다.

궁궐을 짓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었을 것이다.

일반 백성들이 주 타깃이었다. 그러나 동원만으로 부족해 남아도는 인력을 이용한다.

한 때 지위가 막강했지만 고려 멸망 이후 꿰어진 보릿자루 신세가 되어버린

, 스님을 궁궐 축조에 참가시켰던 것이다.



 

명하여 서소문(西小門)을 고쳐 짓도록 하고, 석장(石匠)인 중[]의 머리를 베어 그 위에 매달아 그 나머지 사람들을 경계하였다.

태조 3년(1394) 215


 

궁궐을 짓다가 변고라도 생기면 응당 책임자를 처벌한다.

그러나 유독 스님에게는 혹독하게 대했다.

처벌 중에서 가장 무거운 형벌을 내려버렸다.



중추원 부사 최원(崔遠)을 종묘를 세우려는 터에 보내고, 또 첨서중추원사 권근(權近)을 궁궐 지을 터에 보내서 오방(五方)의 지기(地祇)에게 제사지내고서 그 터를 개척하였는데, 백성들을 괴롭히지 않기 위하여, 여러 절의 중들을 모집하여 관청에서 옷과 먹을 것을 주어서 공사장에 나가게 하였다. 임금이 종묘의 터를 처음 닦은 광경을 보았다.

태조 3년(1394) 124


 

일반 백성들은 농사가 주된 직업이었다.

농지천하지대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농사는 조선을 굴러가는 데 기본이었고

최대한 손실이 가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었다.

결국 일반백성 >>> 스님 이라고 볼 수 있겠다.



 

궁궐을 조성(造成)하는 각도의 정부(丁夫)들을 돌려보내고 승도(僧徒)들로 대신하게 하였다. 처음에 대사헌(大司憲) 박경(朴經) 등이 상서하기를,

 

"궁실(宮室)의 제도는 임금이 거처하는 전(殿)이 있어야 하고, 백관들이 집무하는 방이 있어야 하므로, 크고 작은 건물의 수가 1천보다 적지 않을 것이요, 수만 명의 공장(工匠)과 졸도(卒徒)를 써야 될 것이온데, 농민으로 그 수를 채우면 반드시 농사 때를 놓칠 것이니 염려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사대부(士大夫)가 집 한 채를 경영하는 데에도 반드시 중[]을 청해서 일을 시키는 것은 솜씨가 능숙하고 또 살림살이가 없어서 일에 전력할 수 있기 때문이며, 중들도 일하기를 좋아하는 것은 의식(衣食)을 얻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궁궐을 처음으로 짓는 데에 어찌 익숙지 못한 사람을 쓰겠습니까? 다만 농사만 폐하고 공사가 늦어질 뿐입니다. 나라의 도승(度僧)은 원래 정한 수효가 없고, 백성 가운데에 중이 10분의 3은 되는데, 그중에 부역할 수 있는 자가 3분의 2는 될 것입니다. 대개 중에는 세 가지 등급이 있는데, 배부르게 먹지 아니하고 일정한 곳에 거처하지 아니하며, 승당(僧堂)에서 마음을 수양하는 것이 상등이요, 불경을 강론하고 말을 타고 돌아다니는 자가 중등이요, () 올리는 데에 찾아가고 초상집에 달려가서 의식(衣食)을 엿보는 자가 하등입니다. 신 등은 그윽이 생각 하옵건대 하등의 중들을 국가 공사에 일하게 하여 무엇이 해가 되겠습니까? 원하옵건대, 유사(攸司)로 하여금 중들을 모아서 공사를 하게 하고, 다시는 백성을 징용(徵用)하지 말아서 그 생계를 보살피게 하면, 공사는 폐하지 아니하고 나라의 근본이 튼튼해질 것입니다."

 

하였으므로, 임금이 윤허하여 이런 명령이 있게 된 것이었다.

태조 4(1395) 219



 

세 개의 등급 중 제일 낮은 중을 나랏일에 쓰자고 한다.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스님들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스님들의 희생으로 조선의 궁궐이 지어졌다.

실록에서 어느 순간 궁궐 축조에 대한 기록이 줄어드는데

바로 조선의 4대문이 완성되는 시점부터이다.

스님들은 과연 편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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