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는 임금의 출생부터 사망까지를 간략하게 언급하는 것인데
태조는 첫 임금이라 체계가 갖춰지기 전이어서 그런지 이후와는 다르게 즉위 전 까지만 언급되어있다.
그러다보니 태종의 젊은 시절 이야기도 다루는데 그 중 눈에 띄는 기사 하나를 가져와본다.
『전하(殿下)가 대언(代言)이 되었을 때에 이달충(李達衷)의 아우 밀직 제학(密直提學) 이성중(李誠中)이 그 아들 휴(携)로 하여금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 오는 금으로 장식한 보검(寶劍)을 바치게 하니, 전하가 왕비(王妃)와 더불어 앉아서 이를 받았다. 왕비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보검(寶劍)을 보낸 것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데?"
하였다. 이튿날 전하가 성중(誠中)의 집에 가서 사례(謝禮)하기를,
"나는 유학(儒學)을 닦은 선비인데 무엇 때문에 보검(寶劍)을 보냈는가?"
하니, 성중이 대답하였다.
"보검은 저의 소용이 아닙니다. 명공(明公)께서 당연히 쓸 것이기에 감히 바치는 것입니다."』
태조실록 총서 130번째기사
전하 : 태종
대언 : 왕명의 출납과 숙위 및 군기를 관장한 밀직사의 정3품 벼슬, 조선에서는 승지
밀직제학 : 역시 밀직사의 정3품 벼슬
직장동료가 준 선물이 보검이다.
이 에피소드 직후 태종이 정몽주를 죽이는 기록이 나오니,
밀직제학 이성중은 태종이 칼부림을 할 거라는 걸 꿰뚫어본 것이 아닐까.
모르는 척 선물의 이유를 물어보는 태종의 말이 포인트.
저 인연 덕분인지 이성중은 사망하기 직전 산직이지만 검교좌정승까지 오른다.
알아보니 이 사건 당시 61세였다고 한다.
그 정도면 사람의 경중을 파악할 법도 하니 이해가 간다.
참고로 당시 태종의 나이는? 25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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