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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일상

난생처음 콘택트렌즈를 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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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눈이 나쁩니다. 고도근시라고 들어보셨나요? 거의 모든 사물이 흐릿하게 보여 안경을 쓰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조차 없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안경을 썼습니다. 물론 그때는 지금처럼 눈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남들보다 근시가 심했죠. 평생 안경을 끼고 살아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안경을 쓰면 무겁고 거추장스럽습니다. 그래서 라식이나 라섹을 해서 안경에서 벗어나고자 하려 했죠. 그런데 그것도 안 된다더군요. 눈 안에 필요한 세포들이 적어서 수술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정말 수술을 하고 싶다면 렌즈 삽입만이 해결책이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죠.

 

눈 수술을 못하고, 평생 안경을 끼고 살아야한다? 저는 콘택트렌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안경도 나름 어울려서(?) 고등학교 때 까진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죠.

 

콘택트렌즈의 필요성을 느낀 건 성인이 되면서부터 였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렌즈를 사려고 했었죠. 그러나 렌즈를 처음 끼우는 게 어렵다고 들었었고, 실제로 안경점에서 도수 없는 렌즈를 시험 삼아 껴 봤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렌즈를 눈에 끼운다는 두려움, 나에게 맞는 도수의 렌즈가 없어 주문해야 한다는 귀찮음, 가뜩이나 근시 때문에 눈이 안 좋은데 렌즈를 껴서 더 나빠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등으로 현실에 안주하고 말았습니다. 안경을 계속 쓰기로 했죠.

 

콘택트렌즈를 포기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대학교 졸업하면 사아지, 취업하면 사야지라고 계속 미뤘습니다. 여전히 그때의 기억이 남아있었고, 눈도 작은데 렌즈 껴봐야 되겠냐라는 자포자기까지 겹쳐지면서 선뜻 나서지 못했죠.

 

최근 들어 안경이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렌즈를 무시할 수 없어 큰 마음을 먹고 안경점에 갔습니다. 시력을 다시 재고, 렌즈를 다시 껴봤죠. 게다가 마침 저에게 맞는 도수의 1회용 렌즈가 있었습니다. 수년간 미뤄놨던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었고, 제 손에는 조그만 콘택트렌즈 박스가 쥐어져 있었죠.

 

외출하는 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렌즈 박스를 열었습니다. 세척액이 담긴 포장지를 뜯고 렌즈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렌즈가 안 보이는 겁니다. 알고 보니 제 손에 묻어 있더군요. 겨우 렌즈를 찾아내고 눈에 끼우려고 하는데, 역시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몇 번을 실패하다가 렌즈를 바닥에 떨어뜨리기까지 했죠. 30분간 사투를 벌여 한쪽 눈에 렌즈를 끼웠습니다. 딱 끼우자마자 눈이 따가워서 눈물약을 넣었습니다. 한쪽 눈을 성공하니 나머지 눈은 금방 되더군요.

 

렌즈를 끼면 잘생겨질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거울을 확인하는 순간 웬 못생긴 놈이 떡하니 있더군요. 사실 안경을 벗은 제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요. 제가 안경을 벗는 때는 씻을 때와 잘 때뿐이니까요. 많이 어색했습니다.

 

4시간 남짓, 저는 안경 없이 거리를 활보했습니다. 왜 진작 렌즈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모를 정도로 편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가까운 것이 아주 크게 보이고, 멀리 있는 것이 겹쳐 보이던데, 이게 잘 보이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도수가 딱 맞지는 않았어요. 안경 쓰는 게 몸에 배여서 매번 손이 눈 주위로 가더군요.

 

끼웠던 렌즈를 빼는 건 아주 쉬웠습니다. 안경점에서 렌즈 끼우는 것보다 빼는 게 더 쉽다고 말했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어요. 웃긴 건, 렌즈를 끼다가 다시 안경을 쓰니 도수가 안 맞아 조금 어지럽더군요.

 

기분이 묘합니다. 렌즈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졌습니다. 어렵게 느껴졌던 일이 알고 보니 쉬웠어요. 그렇게 큰 용기를 내서 벽을 깬 것도 아닌데 말이죠. 때로는 마음 가는 대로 그냥 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우 한번 사용했지만 말이에요. 혹시라도 콘택트렌즈를 끼기 어려워하는 분이 있다면, 그냥 사세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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