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인물 이야기 – 조선로코 녹두전 차율무
부재 : 원작에 없는 캐릭터가 펼칠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
조선로코 녹두전은 녹두전이라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입니다. 녹두전 웹툰에서는 강력한 주인공 투톱, 전녹두와 동동주가 스토리를 이끌죠. 이 둘 사이에서 어느 누구라도 존재감을 뽐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차율무라는 캐릭터는 세상 처음 보는 인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죠.
드라마 초반, 차율무는 주 스토리 라인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습니다. 간간히 연화방에 출몰해 동주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넌지시 밝히지만, 퇴짜를 맞는 캐릭터로 연명하죠. 녹두와 경쟁을 벌이며 동주에게 다가가려 하지만 오히려 녹두에게 뽀뽀를 당하기도 할 정도로 억세게 운이 없는 캐릭터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차율무의 평판은 좋았습니다. 기생들에게 무한한 지지를 받으며, 골치 아픈 사건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죠. 웹툰이라면 녹두가 해야 할 일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율무의 손에서 이루어집니다. 게다가 항상 말끔한 옷차림에 호위무사까지 대동한다, 누가 봐도 양반집 귀한 아들이라는 건 알겠는데 그 이상을 모르겠단 말이죠. 드라마 초반의 차율무는 이러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동주의 과거 회상 신이 나올 때부터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율무와 동주가 어렸을 적부터 같이 지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주는 율무를 없는 사람 취급을 한 것이 이상하게만 느껴졌죠. 녹두와도, 동주와도 섞이지 못한 그는 과연 누구일까요?
차율무라는 캐릭터는 11회, 12회를 기점으로 완전히 격변합니다. 왜 광해군과 식사를 하고 있지? 왜 과부촌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장소에 등장했지? 한 손에는 칼을, 다른 한 손에는 영창대군의 피가 묻은 옷을 들고 웃는 차율무는 정말 뜬금없다고 느꼈습니다. 영창대군을 죽이고, 영창대군을 보호하며 광해군에게 반기를 들려고 했던 허윤을 협박까지 하는 자. 머릿속의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던 중 허윤의 대사 한 마디가 제 뇌리를 스쳤습니다. ‘능양군’
능양군, 훗날의 인조입니다. 원작인 녹두전 웹툰에는 능양군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녹두와 광해군의 이야기로만 끝이 나기 때문에 더 방심했던 것입니다. 차율무가 능양군으로 되는 순간,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녹두도 아니고, 동주도 아니게 됩니다. 냉철하고 야망에 가득 찬 차율무, 섬뜩하면서도 왠지 응원하게 되는 캐릭터가 되었어요. 모든 것은 계획대로였을까요? 광해군이 기를 쓰고 영창대군을 내쫓았지만, 정작 적은 내부에 있었습니다.
총 32회로 마무리되는 이 드라마에서 12회는 절반이 조금 못 미칩니다. 즉, 웹툰의 이야기를 초반에 집중하고 후반에는 차율무에 의한 드라마로 변모하겠다는 걸 대놓고 보여준 것이죠. 그래서 녹두의 비밀을 생각보다 빨리 푼 것일지도 모릅니다. 녹두와 광해군의 연관성을 대놓고 보여줬으니까요. 앵두나 화수의 출연이 빨라진 이유도 이와 같을 겁니다. 웹툰에서 큰 비중을 담당했던 동주와 화수의 이야기는 안 나올 가능성이 높겠죠.
이제 더 이상 웹툰과 비교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반정을 꿈꾸는 능양군에게 모든 초점이 맞춰질 테니까요. 아직 절반 넘게 남아있는 상황, 어떤 식으로 스토리가 짜일지 궁금합니다. 과연 능양군 차율무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요?